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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출제의 비밀 (합숙 보안, 출제위원, 공정성)

dailyfill 2026. 10. 28. 22:16

목차


     

    수능 출제위원은 40일 동안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합숙소에서 생활하며 일당 35만 원을 받습니다. 수능을 준비하던 시절에는 그 문제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 사실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꽤 충격이었습니다. 하루만 스마트폰 없이 지내도 답답한 저로서는, 40일이라는 숫자가 단순한 숫자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합숙 보안, 일반적 상상보다 훨씬 촘촘했습니다

    수능 출제 합숙이 보안이 철저하다는 건 막연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니, 제가 상상하던 수준을 한참 넘어섰습니다.

    출제 본부에서 나오는 모든 문서는 커피 유지 한 장까지 2급 국가 기밀로 분류됩니다. 여기서 2급 국가 기밀이란, 대한민국 보안업무규정상 누설될 경우 국가 안전보장에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정보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군사 기밀에 준하는 수준으로 관리된다는 뜻입니다.

    카드 결제도 금지입니다. 카드를 긁으면 위치 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편의점 장부를 수기로 쓰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인터넷 검색은 보안요원이 직접 입회한 상태에서만 허용됩니다. 여기서 보안요원 입회 검색이란, 출제위원이 단독으로 검색하지 못하고 반드시 담당 보안요원이 옆에서 동시에 화면을 확인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정보 유출의 어떤 경로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제가 직접 겪어본 적은 없지만, 입구에서 핸드폰을 반납하고 가져온 술까지 제한당하며 망원 렌즈를 통한 문제 유출 가능성까지 검토하는 환경이라는 걸 알고 나서는, 40일이 단순한 격리가 아니라 일종의 준군사적 통제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KICE)에 따르면, 수능 출제위원은 대학 교수와 고등학교 교사를 중심으로 구성되며 시험 기간 전체를 외부와 차단된 비밀 장소에서 합숙합니다(출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일반적으로 이 정도 보안이면 내부가 굉장히 체계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어떤 집단이든 사람이 모이면 반드시 눈치 싸움이 생기고, 고인물과 신참 사이의 온도 차도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 합숙소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출제위원들은 대부분 S대 동문 중심의 고인물로 구성되며, 이미 서로 언니·동생 하는 관계입니다. 그 안에 처음 들어온 평범한 국어 교사 맹보람은 얼떨결에 전산 오류 덕분에 합류하게 됩니다. 동명이인이 겹치는 황당한 상황에서도 열정 하나로 자리를 꿰찬 셈인데, 이 설정이 저는 꽤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새로운 조직에서 실력보다 관계망이 먼저 작동하는 풍경, 한 번쯤은 경험해 보셨을 겁니다. 아니, 저는 분명히 경험했습니다.

    • 외부 유무선 통신 전면 금지 (40일간)
    • 카드 결제 금지 — 위치 노출 방지를 위해 편의점 장부도 수기 작성
    • 인터넷 검색은 보안요원 입회 하에만 허용
    • 출제 본부 내 모든 문서는 2급 국가 기밀로 분류
    • 망원 렌즈를 통한 정보 유출 가능성까지 차단
    요약: 수능 합숙 보안은 2급 국가 기밀 수준으로, 카드 결제·인터넷 검색·외부 통신이 모두 제한되며 일반적인 상상보다 훨씬 촘촘하게 운영됩니다.

     

    출제위원의 갈등이 보여준 공정성의 민낯

    공정한 시험을 만들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모두 같은 기준으로 '공정함'을 정의하는 줄 알았습니다. 제가 직접 들여다보기 전까지는요.

    문제 출제 기간은 표면상 40일이지만, 검토 일주일과 시험지 인쇄 보름을 빼면 실제로 문제를 만드는 시간은 20일도 채 되지 않습니다. 그 짧은 시간 안에 킬러 문항(killer item)을 설계해야 합니다. 여기서 킬러 문항이란, 수능에서 상위 등급 변별을 목적으로 설계된 최고 난도 문제를 가리킵니다. 쉽게 말해 1·2등급 경계를 가르기 위해 의도적으로 어렵게 만든 문제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고난도 문제를 둘러싼 논쟁은 단순히 난이도 조절의 문제가 아닙니다. 맹보람이 "이런 지문 나오면 수험생들이 쫄고, 국어 망치면 다른 과목에도 영향이 간다"고 말했을 때, 교수 출제위원은 "2등급들 틀리라고 내는 문제니까 그냥 그런가 보다 하라"고 일축합니다. 이 장면에서 저는 꽤 불편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틀린 말을 하는 게 아닌데, 전혀 다른 언어로 대화하고 있었으니까요.

    변별력(discrimination power)이라는 개념이 여기서 핵심입니다. 변별력이란 시험이 수험생의 실력 차이를 얼마나 정확하게 구분해내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수능은 이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킬러 문항을 설계하는데, 문제는 그 과정에서 "누구를 위한 공정함인가"라는 질문이 비껴가기 쉽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같은 문제를 제공하면 공정한 시험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충분한 사교육 환경에서 준비한 수험생과 그렇지 못한 수험생이 같은 출발선에 서는 건지, 저는 수능을 준비하던 시절에도 그 답을 내리지 못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능의 공정성 논의는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매년 출제 방향을 공개하며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습니다(출처: 교육부).

    또 한 가지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습니다. 검토위원(review committee)의 존재입니다. 검토위원이란 출제위원이 만든 문제에 공식적으로 딴지를 거는 역할을 맡은 사람들로, 출제자와는 별도로 운영되는 견제 구조입니다. 출제위원들이 검토위원 명단을 보고 당황하는 장면은, 어떤 조직에서든 내부 견제 시스템이 작동할 때 생기는 긴장감을 그대로 담고 있었습니다. 시스템이 있다고 해서 긴장이 사라지는 건 아니더라고요.

    요약: 출제위원 간의 갈등은 단순한 성격 차이가 아니라, 공정성과 변별력이라는 서로 다른 기준이 충돌하는 구조적 문제를 그대로 드러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수능 출제위원은 어떻게 선정되나요?

    A. 한국교육과정평가원(KICE)이 주관하며, 주로 대학 교수와 고등학교 교사를 중심으로 선정합니다. 일반적으로 해당 분야 전문가라면 자동으로 뽑힌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보안 검증과 위촉 절차를 거쳐야 하며 동명이인 같은 전산 오류가 생길 만큼 대규모 인원이 관리됩니다.

     

    Q. 합숙 기간 동안 가족과 연락이 정말 전혀 안 되나요?

    A. 외부 유무선 통신이 전면 금지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핸드폰은 입구에서 반납하며, 인터넷 검색도 보안요원이 입회한 상태에서만 허용됩니다. 40일 전체가 이 기준으로 운영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Q. 킬러 문항은 왜 논란이 되는 건가요?

    A. 킬러 문항은 상위 등급 변별을 위해 설계된 최고 난도 문제입니다. 변별력 확보라는 측면에서는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지만, 해당 유형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공평하지 않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교육부는 킬러 문항 배제 방침을 발표한 바 있어 현재도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Q. 영화 <수능, 출제의 비밀>은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건가요?

    A. 실제 수능 출제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합숙, 보안 절차, 출제위원 구성 방식 등을 바탕으로 한 픽션입니다. 감독은 기자와 증권사 트레이더 출신으로,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각본 이후 이 작품으로 감독 데뷔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한국 영화의 오늘 파노라마 초청작입니다.

     

    결론

    수능이라는 시험을 수험생 시절 저는 그저 통과해야 할 관문으로만 봤습니다. 그 문제 하나하나 뒤에 40일의 합숙과 2급 국가 기밀 수준의 보안, 그리고 출제위원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갈등이 있다는 걸 이제야 실감합니다.

    공정한 시험을 만들기 위해 모인 사람들도 결국 서로 다른 기준을 가진 인간이라는 사실, 그리고 변별력과 공정성 사이의 긴장은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이 풀어야 하는 문제라는 점이 오래 남습니다. 영화 한 편으로 수능에 대한 시각이 조금 달라졌다면, 그걸로 충분히 볼 만한 이유가 됩니다. 10월 28일 개봉하는 <수능, 출제의 비밀>을 직접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cwP-GLagdNs